산은 높아서 하늘을 뚫고
강은 깊어서 바다에 닿는다
―「月刊書藝」誌齡 300號에 붙여
李 根 培(前 韓國詩人協會 會長)
백두대간이 솟는다
오랜 역사의 등뼈를 세워
붓을 잡으면 산이 되고
일월연(日月硯)에 먹을 갈면
강물은 넘쳐흘러
소나무, 대나무, 매화, 난초......
천만가지 꽃이며 짐승들이 뛰어 논다.
먼 선사부터 이 겨레
바위에 만물의 형상을 새기고
무덤 속에 삶의 풍속을 채색하더니
광개토대왕비, 진흥왕순수비 우뚝 서서
하늘의 용이 조화를 부리게 하고
땅의 범이 포효하게 한다.
보라!
저 역사의 줄기 구비 구비
글과 글씨와 그림으로
찬란하게 문화를 꽃피우던 큰 봉우리들
솔거(率居) 김생(金生) 최치원(崔致遠)
탄연(坦然) 이암(李핶) 이용(李瑢)
한호(韓濩) 윤순(尹淳) 김홍도(金弘道)
장승업(張承業) 정약용(丁若鏞)
박제가(朴齊家) 김정희(金正喜)......
하늘의 별처럼 영원한 빛을 부리는
그 신(神)의 솜씨, 천둥 번개치는 혼불을.
어찌 이 뻗어가는 산맥을 멈추겠으며
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마르게 하랴
「月刊書藝」가 어둠을 깨치는 불을 밝히니
누웠던 붓이 일어나 춤을 추고
가물던 연전(硯田)에 물길이 대어
여기서 이 땅의 서예문화가
새 지평을 열어왔구나.
이것이 금자탑(金子塔)이구나
우리의 한 시대를 갈고 닦아온
선필(善筆) 선화(善畵)들이 내놓은
보석처럼 빛나는 역작들이
쌓이고 쌓인 지령300호!
우러러보니 눈부시구나
오! 뻗어가라 산맥이여
더 멀고 먼 지평을 열어
오랜 세월에도 깎이지 않는
불멸의 비림(碑林)으로 우뚝 서라.